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조윤경 그룹리더(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수동 세균감염 진단기구를 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기구는 수일이 걸리던 감염성 질환진단을 1시간 이내로 단축시키면서 진단 정확도는 100%를 보여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의 항생제 오남용을 크게 줄일 발명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염성 질환진단은 보통 하루 이상 걸리는 배양검사가 필요하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큰 병원에서만 가능해 검사에 1~7일이나 소요된다.
이로 의료인프라 부족지역에선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어 항생제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 더 높은 단계의 항생제가 필요해진다.
진단시간 단축을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처리기술을 단일회로에 집약해 일명 '칩 위의 실험실(lab on a chip)'로 불리는 미세유체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유체칩 구동에는 일반적으로 칩 내의 시료를 이동시키기 위한 복잡한 펌프나 회전장치 등 제어장비가 필요해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IBS 연구진은 적은 힘으로도 빠르게 오랫동안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장난감에 착안해 추가 구동장비없이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미세유체칩을 개발했다.
피젯 스피너(fidget spinner)는 베어링을 중심으로 본체를 돌리는 손바닥 크기의 장난감으로, 지난 2017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찰력이 적어 한 번 돌리면 수 분까지 회전할 수 있다.
필터 아래쪽에 공기가 있어 시료를 통과시키는 데 높은 압력이 필요한 일반 미세유체칩과 달리 이 미세유체칩은 물을 채워 손의 힘과 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압력으로도 시료를 통과시킬 수 있다.
이어 연구진은 회전으로 병원균을 농축한 뒤 세균분석과 항생제 내성 테스트를 순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인 진단용 시피너를 설계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를 넣고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 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육안으로도 판별할 수 있고, 세균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또 세균 검출 후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한다"면서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반응에 각 45분이 걸려 2시간 내에 감염과 내성 여부를 모두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도 티루치라팔리 시립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배양검사와 진단 스피너 검사를 각 진행해 세균성 질환을 진단했다.
진단 결과, 진단 스피너로 검사 결과를 1시간 이내에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배양에 실패한 경우까지 정확히 진단해 냈다.
특히 IBS의 진단용 스피너는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간단한 장비와 구동으로 정확하게 세균감염을 진단할 수 있어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IF 17.149)'誌에 19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논문명:A fidget spinner for the point-of-care diagnosis of urinary-tract infection /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조윤경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는 미세유체칩 내 유체 흐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미세유체칩 구동법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빠르고 정확한 세균검출이 가능해져 오지에서의 의료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