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는 철도역 근처 도로에 새겨진 뜻 모를 ‘Kiss & Ride’ 표기가 사라진다고 27일 밝혔다.
‘Kiss & Ride’란 기차 승객을 배웅하거나 마중하기 위해서 잠시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구역이다. 헤어질 때 입을 맞추며 인사하는 영어권 문화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는데,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199호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에서는 ‘배웅정차장’이라는 말과 함께 사용했고 국립국어원 제51차 말 다듬기 위원회(2018. 9. 12.)에서는 ‘환승정차구역’으로 다듬었다.
한글문화연대는 대개의 이 시설은 Kiss & Ride 또는 K & R이라고 표시돼 있고, 심지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묘가 있어 이름 붙인 여주시의 ‘세종대왕릉역’에도 약자 표기인 ‘K & R’이 표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글문화연대는 2020년 5월 150명의 일반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Kiss & Ride의 뜻을 몰랐으며, 우리말 표기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몇몇 사람은 “Kiss & Ride가 유흥주점 이름 같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님의 이름을 딴 역 앞에 영어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다.”라고 답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7년 신분당선 동천역의 Kiss & Ride 표기 개선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가꿈이’와 함께 수도권 역에 있는 Kiss & Ride 표기를 우리말로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수도권 지역 22곳의 역에 있는 Kiss & Ride를 ‘환승정차구역’, ‘잠시정차구역’ 등 우리말 표기로 바꿨다.
하지만 2021년 1월 개통한 원주역에 Kiss & Ride의 약자인 K & R이 또 등장했고, 한글문화연대는 국가철도공단에 외국어 표기를 우리말인 ‘환승정차구역’ 등으로 바꿔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 법령에 Kiss & Ride가 쓰인 것을 참고해 ‘연계교통 시설 설치 기준’ 지침을 만들었기에 국토교통부가 바꾸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는 2021년 2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Kiss & Ride’를 배웅정차장, 환승정차구역 등 우리말로 고치는 것을 감독해달라고 건의했다. 그 결과 2021년 3월 12일에 역 시설물의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 강릉역, 둔내역, 만종역, 일광역, 원주역 등 18곳의 역에 있는 K & R 표기를 우리말인 ‘환승정차’로 개선했으며 앞으로 새로 역을 설치할 때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 등으로 표기하겠다는 답변을 국회를 통해 전달받았다. 그리고 2021년 4월 22일에는 2년 전에 개선을 요청했던 고양시 강매역의 K & R 표기까지 ‘환승정차구역’으로 개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로써 2017년부터 5년간 끊임없이 감시하고 건의한 결과,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 주변에 Kiss & Ride, K & R이 사라지고, 우리말인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 등이 쓰일 전망이다. 한글문화연대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 권리와 의무, 기회와 행복을 좌우하는 공공언어에서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로써 또 하나의 굵직한 개선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일단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어렵고 비용도 들어가므로 처음부터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공공기관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글문화연대는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이 곧 다가오는데,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처럼 공공기관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당연하며,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