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경아 기자]
지난 5월 22일(토)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군대 내 성추행 피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 회유하려던 조직 내의 압박에 못 이긴 피해자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남긴 것.
공군 20전투 비행단의 여성 부사관이었던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맞이해야 할 순간에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지난 3월, 이 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선임의 지시를 받았다. 당시,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이 부대에는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던 상태였으나,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이 중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힘들게 했던 선임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사건은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차 뒷좌석에서 벌어졌다. 앞 좌석에서는 후임 부사관이 운전하던 중이었다.
치욕스러운 성추행의 피해를 당하게 된 이 중사는 곧바로 상관에게 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제대로 된 조사 및 처벌은커녕, 가해자와 제대로 된 분리 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관은 이 중사에게 피해 사실을 함구하라며 회유를 종용하였고,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이 중사는 이 사건 외에 1년 전, 과거에도 부대 회식자리에서 다른 가해자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급성 스트레스반응, 불안장애, 불면증 등의 3개월의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직후 군사경찰은 사건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녹음된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확보하였지만, 피해자가 사망 후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도 이를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고, 가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 만인 6월 2일 늦은 밤, 이제서야 구속 수감되었다.
피해자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JY 법률사무소 이재용 대표 변호사는 “피해자가 자살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였음에도 가해자가 곧바로 구속되지 않았던 것은 법을 떠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가해자뿐만 아니라 부대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려고 했던 행동에 가담했던 상관들과 1년 전 피해자를 성추행했던 또 다른 가해자를 함께 군인등강제추행, 강요미수, 직무유기의 혐의로 6월 3일 고소장을 접수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자가 스스로 사망하며 사건이 커지자 국방부는 1일 공군참모차장이 직접 총괄하는 군 검·경 합동수사팀을 꾸렸지만, 피해자 유족 변호인단의 강력한 요청과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공군 내 상황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하여 수사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재용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단순 성추행 사건이 아닌,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몰아간 2차 가해가 가해진 사건으로 피해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진 과정에서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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