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1.19(화)
사진=박수민 변호사
사진=박수민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하려면 부부가 서로 합의를 하거나 재판상 이혼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재판상 이혼의 경우, 민법 840조에 규정된 여섯 가지 이유 중 하나 이상이 인정되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 곧 유책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의 유책배우자이혼이 인정되지 않는다. 잘못이 없는 사람이 강제로 이혼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이혼 시 유책주의 원칙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상 이혼을 할 때에는 반드시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상대방의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책배우자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유책주의와 정반대의 주장을 파탄주의라 하는데, 이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상관 없이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이혼을 청구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미 혼인공동체가 심각하게 파탄되어 회복될 가망이 없거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누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든 절차를 밟아갈 수 있다.

협의이혼의 경우, 누가 잘못을 했는지 따지지 않고 당사자의 의사만 합치되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탄주의의 원칙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민법 제840조의 6호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역시 파탄주의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로는 유책배우자이혼이 지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유책배우자이혼을 인정한 몇몇 판례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상대방이 이혼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유책배우자에 대한 오기나 복수심으로 이혼을 하지 않는 경우나 처음에 한 사람이 잘못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도 그에 못지 않은 잘못을 저질러 혼인 파탄에 대해 부부 쌍방의 책임이 동등하거나 누가 더 잘못했는지 가리기 어려울 때 유책배우자 이혼이 가능하다.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박수민 이혼전문변호사는 “이 밖에도 이미 오래전에 혼인이 파탄났거나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꾸준히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게 보호를 제공해 왔다면 유책배우자 이혼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유를 입증하는 책임은 이혼소송을 제기한 본인에게 주어지므로 미리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이혼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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